관음사 긴 입구를 지나면 갈라지는 중앙에 큰 은행나무들
그 옆에 자리한 [아미원] 찻집
간판이 없어 여쭈니
아미원이라고 한다. -불교 용어로 아미는 어떠어떠한 경지라고 했다.
온화한 분이 차를 내어 주셨는데
말씨에서도 불심을 느낄 수 있었다.
예쁘다.
일행이 맛있다 하여 또 여쭈니, 직접 담그신 거라 하신다.
보통의 찻집은 드러내기에 바쁜데
그냥 간결하게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직접 담갔다고 말씀하신다.
이 공간에 초대된 손님으로 온 듯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.
이 아미원에 머무는 동안은
객이 아니라
이 아름다운 공간의 주인이 된 듯하게
주인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
우리를 빛나게 만들어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.
비가 왔다 갔다 하는 공기 찬 화요일 아침
[관음사]에서 둘러보고 경치만 감상하고
여길 들어오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그 무언가를 느끼며 마음 정리가 좀 되어 차분해진다.
역시 여행의 절반은 맛, 분위기이다.
어느 다른 날 여기 다시 관음사를 찾을 때
문득 비바람에 후두득 떨어진 은행잎 경치에 감탄하고
찬 손을 녹이러 들어 온 그 화요일 아침이
선명하게 떠 오를 것이다.
50세가 조금 넘은 지금의 나는
또 제주를 둘러보면 느낌이 다르다.
1년에 한두 번 둘러보게 되는 관음사.
내년엔 또 어떤 느낌으로 나에게 울림을 줄까?
미래가 점점 설레기 시작하는 것은 또 좋은 일이다.
인생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일이다.^^
생각이 길어졌다.
요게 맛있어 보였지만 오전 단식을 결심한 나는 참았다.
다음에 와서 꼭 먹어 봐야겠다.
커피머신 뒤에 붙은 요것을 살짝 찍어 봤다.
왜?
우린 지금 여기에서 바로 비자림을 갈 것이니까~
비자나무 열매를 어떻게 먹어야 한단 말인가?
차로? 항암효과가 있다 하니 곧 씨가 마를 날이 머지않다.
(비자림에서 다 익어서 으깨서 떨어진 열매를 봉지에 조금 담아 왔다. 향이 무척 좋았다. 내차 방향제로 두고 있다. 방충도 된다 하니 무척 좋은 열매임에 틀림없다.)
눈 덮인 관음사 사진도 좋다. 7-80년대 찻집 분위기를 자아낸다.
커피, 차 가격도 착하다.
물론 찻집 한편에 기념품도 판다.
아미원
관음사 이곳저곳
시간을 두고 구석구석 둘러본 관음사는 무척 새롭다.
석상들의 표정도 새삼 생생하게 느껴지고...
네 명이서 같이 다녔지만
모두가 같은 것을 보면서도
보지 못하거나
다르게 느꼈을 것이다.
[제행무상]
결국 사물은 유일하게 존재하지만
보는 이의 눈을 통해, 마음을 통해
모두 다 다르게 느끼고 누리고, 취하거나 버리거나 하니
[일체유심조]? 인가.
그러니 어깨 활짝 펴고
당당하게
세상을 내 것으로 취하자~
멋진 가을날이다~.